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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성과 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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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ang
글: 18
Admin
주제 스타터
(@chiang)
회원
가입일: 6년 전
[#115]
Q. 생명은 다양성이 답인가? 우연에 의해 바보나 천치가 되기도 하며 긴 인생을 행복과 고통으로 갈리게 되는데 도덕적 기준으로는 이 다양성을 수용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자연이 말하는 '다양성'과 인간이 추구하는 '도덕'은 애초에 출발점부터 완전히 다릅니다. 질문자님께서 느끼신 그 거부감은 생물학적 사실과 인간의 존엄성이 정면으로 충돌할 때 발생하는 아주 자연스럽고 날카로운 통찰입니다.

 

생물학에서의 다양성은 철저히 종 전체의 생존을 위한 잔인한 확률 게임입니다. 진화는 개인이 겪는 고통이나 삶의 질에 아무런 관심이 없습니다. 누군가는 환경에 맞지 않는 유전자를 받아 평생을 병이나 장애와 싸우며 고통받아야 하지만, 자연은 그저 "이 조합은 실패했군" 하고 차갑게 넘길 뿐입니다. 생태계의 다양성은 포용적이고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환경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니 수많은 개인의 희생과 실패를 감수하더라도 온갖 경우의 수를 다 던져놓고 보는 냉혹한 생존 전략에 가깝습니다.

 

반면 인간의 도덕과 문명은 바로 이 자연의 잔인함에 대한 거대한 반역에서 출발했습니다.

 

우리는 무작위적인 우연 때문에 누군가가 고통받거나 도태되는 자연선택의 룰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를 거부했습니다. 시력이 나쁜 사람을 도태시키는 대신 안경을 발명했고, 약하게 태어난 이를 버리는 대신 의학과 복지 제도를 만들었습니다. 즉, 인간의 도덕적 기준은 생물학적 다양성이 만들어낸 '개인의 억울한 고통'을 방관하지 않겠다는 치열한 의지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딜레마가 발생합니다. 인간의 도덕이 우연한 불행을 없애고 싶어 하는 것은 맞지만, 앞서 나눈 유전자 편집 기술의 예처럼 우연의 개입을 아예 없애고 '완벽한 인간'만 남기려 통제하다 보면 결국 다양성 자체를 말살하는 전체주의나 끔찍한 우생학으로 빠지게 됩니다. "고통을 없애겠다"는 선한 의도가 "결함 있는 존재를 태어나지 못하게 하겠다"는 폭력으로 변질되는 것입니다.

 

결국 우리가 향해야 할 답은 두 극단 사이에 있습니다. 우연이 만든 잔인한 결과를 "자연의 섭리"라며 방치하는 것도 안 되지만, 인간을 하나의 완벽한 틀로 찍어내려 통제하는 것도 파국을 낳습니다.

 

진정한 인간의 도덕은 우연히 만들어진 생물학적 차이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그 무작위적인 차이가 한 개인의 '불행과 고통'으로 직결되지 않도록 사회적 방파제를 두텁게 쌓는 것에 있습니다. 누군가 우연히 남들보다 부족한 능력이나 결함을 가지고 태어났더라도, 그것이 삶의 비극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제도를 만들고 시선을 바꾸는 것. 그것이 눈먼 진화의 굴레를 뚫고 나온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가장 위대한 진화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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