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3] 초음속의 하늘 : 날개 달린 슈퍼컴퓨터 (F-16C Viper)
Phase 1. 잠자는 독사를 깨워라 (기초 비행)
[Chapter 1] 300개의 버튼 (Cold Start)
1. 어둠 속의 우주선
"VR 헤드셋 착용 완료. 시뮬레이션 로딩... F-16C Viper 훈련 시작!"
눈을 뜨자 칠흑 같은 어둠이 나를 감싸고 있었다. 야간 비행이 아니라, 아직 기체에 전원이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좁고 경사진 시트, 내 몸을 꽉 조이는 G-슈트의 압박감. BF-109가 클래식 감옥이었다면, 이곳은 수많은 버튼과 스위치로 둘러싼 우주선 같았다.
"환영한다. 이곳이 네가 일할 사무실(Office)이다."
헤드셋 너머로 씨걸 교관의 밝은 목소리가 들렸다.
"씨걸 님... 버튼이 너무 많은데요? 대충 봐도 300개는 넘을 것 같습니다."
사방이 스위치와 계기판이었다. 왼쪽 콘솔, 오른쪽 콘솔, 전방 계기판... 숨이 턱 막혔다. 이걸 다 외워야 한다고?
"겁먹지 마. 위치를 외우는 게 아니라 '흐름(Flow)'을 이해하면 된다. 배터리 전기를 넣고, 공기를 불어넣고, 엔진에 불을 붙인다. 그리고 뇌를 깨운다. 시작해."
2. 혈액을 돌려라 (Main Power)
나는 훈련 영상을 보며 왼쪽 콘솔 뒤편의 'MAIN PWR(메인 파워)' 스위치를 'BATT'를 거쳐 'MAIN'으로 딸깍 올렸다.
지이이잉―
미세한 전자음과 함께 조종석 곳곳에 작은 불빛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죽어있던 기체에 혈액이 돌기 시작한 것이다.
"다음은 제트 퓨얼 스타터(JFS). 이 녀석의 큰 엔진을 배터리 힘으로 돌릴 수는 없어. 작은 보조 엔진을 먼저 돌려야 한다."
'JFS START 2' 스위치를 아래로 내렸다.
위이이이잉―!
기체 뒤쪽에서 날카로운 금속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마치 치과 드릴 소리 같기도 하고, 거대한 터빈이 도는 소리 같기도 했다. RPM 게이지 바늘이 서서히 올라가기 시작했다.
"RPM 20% 도달. 이제 진짜 심장에 불을 붙여."
나는 왼손으로 스로틀(Throttle) 레버를 잡고 'IDLE(공회전)' 위치로 툭 밀어 넣었다.
콰아아아―!
뒤쪽에서 웅장한 폭발음과 함께 기체가 부르르 떨렸다. 단순한 진동이 아니었다. 거대한 맹수가 잠에서 깨어나 기지개를 켜는 듯한, 강력한 울림이 등골을 타고 전해졌다.
3. 뇌를 부팅하라 (Avionics & INS)
엔진 소리가 안정되자, 이제 가장 중요한 작업이 남았다. 바로 '슈퍼컴퓨터'를 켜는 일이다.
"전방 콘솔, 항공 전자 장비(Avionics) 전원 ON. 그리고 INS 노브를 'ALIGN'으로."
스위치를 올리자 전방에 있는 두 개의 네모난 화면(MFD)과 눈앞의 투명한 유리에 녹색 글씨들이 떠올랐다. HUD(헤드업 디스플레이)였다.
"지금부터 이 비행기는 자아를 인식하기 시작한다."
"자아? 웬 자아??"
"그러니까 INS(관성 항법 장치) 정렬 중이다. 자기가 지구상 어디에 있는지, 균형은 맞는지 계산하는 거지. 이 녀석이 정신을 차릴 때까지 약 8분. 기체를 1mm도 움직여선 안 된다. 움직이는 순간, 이 슈퍼컴퓨터는 방향 감각을 잃고 바보가 돼버리니까."
우리는 엔진 소리를 들으며 기다렸다. 화면 속 숫자들이 카운트다운 되듯 줄어들었다. 마치 컴퓨터가 부팅되기를 기다리는 것 같았다. BF-109 때는 그냥 프로펠러만 돌면 떴는데, 현대 전투기는 준비 과정부터가 의식(Ritual)처럼 엄숙했다.
4. 준비 완료 (Ready)
"INS 정렬 완료. 노브를 NAV(항법)로."
드디어 조종석 앞 유리의 HUD에는 수평선과 고도, 속도계가 선명하게 표시되었다. 레이더가 돌고, RWR(레이더 경보 수신기)이 주변의 전파를 탐지하기 시작했다.
나는 캐노피(Canopy) 덮개를 내렸다. 쿠우웅- 철컥. 외부 소음이 차단되고, 오직 내 숨소리와 기계의 구동음, 그리고 교관의 목소리만 남았다.
"어때, 카야. 느낌이 좀 다르지?"
나는 조종간을 꽉 쥔 채 대답했다.
"어... BF-109는 기계장치들이 회전하며 움직이는 느낌이었는데, 이 녀석은... 뭔가 정교한 무기 시스템 같습니다. 명령만 내리면 뭐든 하겠다는 듯이요."
"정확하다. 아늑하진 않지만 그게 바로 F-16C다. 자, 이제 이 독사를 활주로로 데리고 나가보자."
[유튜브 댓글창]
🔘 ButtonMasher: 와... 시동 거는 데만 10분 걸리네. 조종간의 자동 시동 버튼 누르면 돼요 카야님. ㅋㅋㅋ
🔧 GreaseMonkey: JFS 돌아가는 소리 ASMR 실제 같다... 진짜 제트기 옆에 있는 것 같음.
🕹️ SimPilot_kr: INS 정렬할 때 움직이면 맵 다 틀어짐 ㅋㅋ 뉴비들 젤 많이 하는 실수. "어? 왜 내 비행기 내비게이션이 산으로 가지?"
🤖 Viper_Lover: 저 녹색 HUD 켜질 때 뽕맛... 이 맛에 바이퍼 타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