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3] 초음속의 하늘 : 날개 달린 슈퍼컴퓨터 (F-16C Viper)
[Intermission] 용의 턱 (The Dragon's Jaw)
1. 무기가 너무 많아요!
훈련을 마치고 브리핑 룸(디스코드 음성 채널)에서 휴식을 취하던 중, 문득 너무 멀리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대공 훈련에서는 사이드와인더, 중거리 미사일 암람, 채프, 플레어, 빔 기동... 그리고 공대지에서는 멍텅구리 폭탄, 레이저 유도 폭탄, 타겟팅 포드... 머리가 터질 지경이었다.
"교관님, 질문 있습니다."
"뭔데?"
"너무 많네요. 복잡하고. 그냥 센 거 하나만 쓰면 되지, 도대체 무기나 장비 종류가 이렇게 많은 이유가 뭘까요?"
나의 원초적인 질문에 씨걸 교관은 잠시 뜸을 들이더니 입을 열었다.
"그 '종류' 하나하나가 피로 쓰인 역사이기 때문이다."
2. 무너지지 않는 다리
"베트남 전쟁 때 일이다. 베트남 북부에 '탄호아 철교(Thanh Hoa Bridge)'라는 다리가 있었다. 별명은 '용의 턱(Dragon's Jaw)'. 북베트남의 보급 물자가 지나가는 아주 중요한 다리였지."
씨걸 교관의 목소리가 회상하듯 나직해졌다.
"미군은 이 다리를 끊기 위해 무려 7년 동안 폭격을 퍼부었다. F-105, F-4 같은 전투기들이 800번 넘게 출격해서, 멍텅구리 폭탄을 수천 톤이나 쏟아부었지."
"와... 그 정도면 다리가 가루가 됐겠는데요?"
"아니. 다리는 멀쩡했다. 멍텅구리 폭탄은 정확도가 떨어지니까. 맞추려면 네가 했던 다이브(Dive) 폭격처럼 낮게 내려가야 했는데, 다리 주변에는 대공포가 숲처럼 깔려 있었거든."
3. 100대의 비행기와 바꾼 흠집
"조종사들은 대공포 화망을 뚫고 목숨을 걸고 바닥까지 내려가며 폭탄을 던졌다. 하지만 빗나가기 일쑤였고, 운 좋게 맞아도 다리가 워낙 튼튼해서 기둥 하나 부러뜨리지 못했어. 다음날이면 베트남군이 뚝딱 고쳐서 다시 썼지."
"그래서... 어떻게 됐어요?"
"다리는 7년 동안 버텼지만, 미군은 그 다리 하나 때문에 비행기를 100대 넘게 잃었다. 조종사 수십 명이 전사하거나 포로가 됐지."
나는 말문이 막혔다. 다리 하나 부수려다 비행기 100대가 떨어졌다니.
"그게 바로 '멍텅구리 폭탄'의 한계였다. 다른 방법이 없었고, 가장 비싼 대가를 치른 거지."
4. 단 하루의 기적
"하지만 1972년, 전쟁 막바지에 미군은 새로운 무기를 들고 갔다. 바로 우리가 방금 훈련한 레이저 유도 폭탄(LGB, 페이브웨이)의 초기 모델이었지."
씨걸 교관의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작전명 '라인배커'. 이번에는 수백 대가 아니라, 단 4대의 F-4 팬텀이 출격했다. 그들은 대공포가 닿지 않는 높은 고도에서, 타겟팅 포드로 다리를 비추고 유도 폭탄을 떨어뜨렸다."
나는 흑백 TV 화면 속으로 빨려 들어가던 폭탄을 떠올렸다.
"결과는 어땠을 것 같나?"
"음... 부서졌나요?"
"단 한 번의 공격. 폭탄들은 다리의 교각과 상판을 정확히 때렸다. 7년 동안 꿈쩍도 안 하던 '용의 턱'이 단 하루 만에 반으로 쪼개져 강물에 처박혔지. 그리고 그날 미군의 피해는 '0'이었다."
5. 기술은 생명이다
이야기가 끝나자 잠시 정적이 흘렀다.
"이제 알겠나? 왜 비싼 돈을 들여서 똑똑한 폭탄을 만드는지. 그리고 왜 상황에 맞는 다양한 무기와 장비가 필요한지."
"네... 확실히 알겠어요."
"정밀 유도 무기는 단순히 편하자고 만든 게 아니다. 조종사를 살리기 위해 만든 거다. 위험한 곳에 가까이 가지 않고, 단 한 번에 끝내고 집에 가기 위해서."
나는 내 F-16의 날개 밑에 달린 타겟팅 포드와 유도 폭탄을 다시 바라보았다. 아까는 그저 게임 속의 비싼 아이템처럼 보였지만, 이제는 다르게 보였다. 저것은 수많은 조종사들의 희생과 연구 끝에 얻어낸 '여의주'였다.
6. 엔딩: 버튼의 무게
"그렇군요. 앞으로는 조금만 불평하고 끝까지 해보겠습니다."
"좋아. 그 마음가짐이면 됐다. 역사를 모르는 파일럿은 그냥 게이머일 뿐이니까."
나는 타겟팅 포드의 줌(Zoom) 버튼을 만지작거렸다. 흑백 화면 속 십자선이 오늘따라 유난히 무겁게 느껴졌다. 우리가 무심코 누르는 이 버튼 하나에, 100대의 비행기와 바꾼 역사가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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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istory_Buff: 와... '탄호아 철교' 이야기가 여기서 나오네. 밀덕으로서 가슴이 웅장해진다.
💸 Accountant: 비행기 100대(수조 원) 손실이면... 이걸 레이저 유도 폭탄으로 해결했네.
🕯️ Memorial: 7년 동안 못 부순 걸 하루 만에... 신무기는 아군에게 축복이지만 적군에게 저주가 되겠죠.
✈️ Phantom: F-4 팬텀 형님들 고생하셨습니다 ㅠㅠ F-16 시뮬레이터 타는 카야 님은 진짜 좋은 세상에서 비행하시는 거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