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1] 예민한 야생마 길들이기 (BF-109 G2)
[Chapter 7] 늑대와 함께 춤을 (4기 편대 비행 훈련)
1. 고독한 늑대의 6시
"자, 마지막 훈련은 '편대 비행(Formation Flight)' 입니다."
레이 쌤의 목소리가 평소보다 진지하고 묵직하게 브리핑실을 울렸다.
"야생에서 혼자 다니는 늑대를 본 적 있나요? 거의 없죠. 늑대는 무리 지어 다닐 때 가장 강력합니다. 전투 조종사도 마찬가지입니다."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혼자 나는 게 더 자유롭고 편하지 않나?
"전투기는 구조상 뒤쪽, 즉 6시 방향이 사각지대(Blind Spot) 입니다. 혼자 날다가 적에게 뒤를 잡히면? 그걸로 끝입니다. "
레이 쌤이 칠판에 비행기 4대를 그렸다.
"하지만 동료가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내 뒤는 동료가 봐주고, 동료의 뒤는 내가 봐줍니다. 이걸 독일 공군에서는 '슈바름(Schwarm, 4기 편대)'이라고 부릅니다. 편대 비행은 멋을 위한 쇼가 아니라, 생존을 위한 가장 기초적이고 강력한 전술입니다."
단순한 '떼빙'이 아니었다. 그것은 서로의 생명줄을 쥐고 비행하는 약속이었다.
"자, 파트너를 소개합니다. 알파 1, 2, 3. 전원 AI(인공지능) 파일럿 입니다. 명심하세요. 이 녀석들은 감정이 없는 기계입니다. 카야 님이 대형을 못 맞춰서 들이받아도 피해주지 않습니다. 이번 훈련은 공간감과 거리감이 무엇보다 중요하니 VR 헤드셋을 착용하고 비행하는걸 추천합니다."
2. 스로틀의 예술 (Throttle Control)
비행을 시작하고 우리 알파 편대는 사다리꼴 모양의 '에셜론(Echelon)' 대형을 갖췄다. 리더를 선두로 왼쪽 뒤로 계단처럼 늘어선 형태. 내 위치는 맨 끝, 4번기였다.
나는 브리핑에서 들었던 비행 방향과 속도, 고도를 상기했다. 3번기를 시야에 두고, AI 편대장의 지휘를 따르면 된다.
"어? 멀어진다!"
앞서가는 3번기가 조금 멀어지길래 스로틀을 밀었다. 그러자 순식간에 거리가 좁혀지며 3번기의 꼬리 날개가 내 프로펠러를 갈아버릴 듯 다가왔다.
"헉! 부딪히겠다!"
놀라서 스로틀을 확 줄였다. 이번엔 뒤에서 잡아당기듯 기체가 뒤로 처졌다.
3번기와 간격을 맞추려고 우선회하면 너무 가까이 붙고, 다시 반대로 조종간을 꺾으면 또 너무 멀어졌다. 고도마저 널뛰기를 하며 마치 고무줄이 늘어났다 줄어들었다 하는 것처럼 좀처럼 대형을 유지하기 힘들었다.
"카야 님! 스로틀은 ON/OFF 스위치가 아니에요! 왼손을 계속 꼼지락거리면서 미세하게, 아주 미세하게 맞춰야 합니다! 그리고 편대의 비행 방향을 유지하는 게 우선이에요. 그리고 속도와 고도를 수시로 체크하면서 간격을 조절하세요!"
3번기와 계기판을 번갈아 보며 조종간과 러더를 미세하게 움직였다. 스로틀을 잡은 왼손에는 쥐가 날 지경이었다.
"처음이라서 그래요. 하다 보면 익숙해질 거예요."
3. 거대한 V를 그리다
"리더 명령 하달. 'V 대형(Vic Formation)' 으로 전환."
무전기 소리가 화면의 메시지로 떳고 함께 앞서가던 기체들이 부드럽게 흩어졌다 다시 뭉쳤다. 리더를 중심으로 좌우에 각각 2번기와 3번기가 붙고, 나는 이동하여 3번기의 우측 날개 끝에 자리를 잡았다. 하늘 위에 거대한 승리의 'V'자가 일사분란하게 그려졌다.
나는 VR 헤드셋의 거리감을 믿고 3번기 옆으로 바짝 붙었다. 불과 10m. 손을 뻗으면 닿을 듯한 거리에서 1,400마력의 강철 덩어리 4대가 마치 한 몸처럼 숨 쉬고 있었다.
4. 전율의 순간
순간, 숨이 멎는 것 같았다. 고개를 돌려 왼쪽을 보자, 내 옆에 3번기, 그 너머로 리더와 2번기가 나란히 날고 있었다. 회색 구름을 배경으로 4개의 프로펠러가 햇빛을 받아 동시에 반짝이는 장관.
웅장한 엔진 소리가 하나의 화음처럼 공명했다. 혼자 날 때는 절대 느낄 수 없었던 압도적인 '소속감'과 전투 비행기가 주는 '위압감'이 온몸을 감쌌다.
"와..."
나도 모르게 탄성이 터졌다. 내가 마치 거대한 늑대 무리의 일원이 된 기분이었다. 누구도 우리를 건들지 못할 것 같은 자신감. 이게 바로 전투 조종사들이 말하는 '편대 비행의 예술'이구나.
"여러분... 이거 영화 아니죠? 나 지금 늑대들과 춤을 추고 있는 것 같아요."
5. 엔딩: 안녕, 나의 거친 야생마
4대가 한 몸처럼 비행을 마쳤다. 온몸의 긴장이 풀리며 헤드셋을 벗고 의자 뒤로 깊숙이 기대어 고개를 젖혔다.
"하얗게... 불태웠어."
[유튜브 댓글창]
🐺 WolfPack: 와 4대 나란히 선회할 때 소름 돋았음... 썸네일 각이다.
📏 Ruler: 카야 님 거리 조절 ㅋㅋㅋ 혼자 앞뒤로 춤추는데요? 멀미 안 나요?
🤖 AI_Alpha: (시스템 메시지) 4번기, 충돌 확률 99%였음. (운이 좋군요 Human).
"오늘의 교훈.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그리고 다음엔... 융통성 없는 AI 말고, 진짜 훈련생 친구들과 날아보고 싶네요." 땀에 젖은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며 웃었다. 비록 가상의 하늘이었지만, 나는 오늘 진짜 파일럿이 된 기분이었다.
이제 진짜 BF-109 전투기 훈련은 수료했다. 잘 있어라, 나의 첫 야생마. 즐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