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3] 초음속의 하늘 : 날개 달린 슈퍼컴퓨터
[Intermission] 구름 위의 산책 (Free Flight)
1. 무장 해제
"자, 오늘의 훈련은..."
씨걸 교관의 목소리에 나는 반사적으로 몸을 긴장시켰다. 다음 훈련은 뭘까? 이제 미사일 쏘려나?
"없다."
"...네?"
"오늘은 훈련 없다. 무장도 다 떼어냈다. 연료만 가득 채웠지(Full Tank). 그냥 따라와."
활주로에는 미사일 하나 없이 매끈한 몸매를 드러낸 F-16 두 대가 나란히 서 있었다. 날개 끝에 달린 건 무기가 아니라, 하얀 연기를 내뿜는 '스모크 와인더(Smoke Winder)' 였다.
2. 매직 아워 (Magic Hour)
이륙하자마자 시간 설정이 바뀌었는지, 하늘이 온통 보라색과 주황색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해 질 녘, 비행사들이 가장 사랑한다는 '매직 아워' 였다.
"고도 2만 피트 유지. 편대 대형 풀고 자유롭게 날아봐."
나는 긴장을 풀고 스로틀을 부드럽게 밀었다. 발아래 솜이불처럼 깔린 구름 위로 붉은 석양이 비스듬히 쏟아졌다. 조종석 유리창이 황금빛으로 반짝였고, 복잡한 계기판의 불빛들도 크리스마스트리처럼 은은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오..."
나도 모르게 탄성이 터졌다. 적을 찾느라 눈에 불을 켜고 봤던 그 회색 하늘이 아니었다. 실수할까 봐 죽기 살기로 AOA 맞추던 그 삭막한 착륙 훈련도 아니었다. 그저 눈물 나게 아름답고 평화로운 바다 위의 항해였다.
3. 우리가 나는 이유
"카야, 계기판 보지 마. 밖을 봐."
씨걸의 기체가 내 옆으로 부드럽게 다가왔다. 그의 헬멧 바이저에 붉은 노을이 비치고 있었다.
"전투기 조종사들이 왜 힘든 훈련을 버티는지 아나? 애국심? 명예? 물론 그것도 있겠지. 하지만..."
그는 기체를 배면 비행(뒤집기)으로 돌리며 말을 이었다.
"지금 보는 풍경 때문이다. 신(God)만이 볼 수 있는 이 뷰(View). 세상 그 누구도 볼 수 없는 하늘 위의 세계를 사는 것. 그게 하늘을 나는 이유다."
나도 그를 따라 기체를 뒤집었다. 거꾸로 된 머리 위로 구름바다가 흐르고, 지상의 도시들이 반딧불이처럼 하나둘 불을 켜고 있었다. 땅에 묶인 노예가 아니라, 하늘의 주인이 된 기분이었다.
4. 스모크 온 (Smoke On)
"자, 캔버스에 그림이나 한번 그려볼까? 스모크 온!"
치이이익―
우리 두 대의 꼬리 날개에서 굵은 하얀색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우리는 서로 꼬리를 물며 빙글빙글 돌기도 하고, 하늘 높이 솟구쳐 거대한 하트 모양을 그리기도 했다.
슈퍼컴퓨터? 그런 건 필요 없었다. 그저 옆에 있는 동료의 날갯짓을 보고, 바람을 느끼며 같이 춤을 추면 그만이었다.
1,400마력의 엔진 소리가 소음이 아니라 웅장한 배경음악처럼 들렸다. VR 헤드셋을 쓰고 있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렸다. 나는 지금 6평 방 안이 아니라, 진짜 꿈 속 처럼 푸른 태평양의 어디쯤을 날고 있었다.
5. 내일을 위한 재충전
해가 완전히 넘어가고, 하늘에 별이 총총히 박힐 때쯤 우리는 기지로 돌아왔다. 착륙하고 캐노피를 여는데, 차가운 밤공기가 훅 들어오는 착각이 들었다.
"어때, 머리가 좀 시원해졌지?"
헬멧을 벗은 씨걸이 웃음을 보냈다.
"응, 제트 비행기가 내 마음에 쏙 드는 것 같아."
나는 웃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다행이네. 그 마음 잊지 말고. 내일부터 배울 공대공 전투는 머리가 터질 만큼 복잡할 테니까. 이 아름다운 하늘을 지키려면, 바이퍼의 무기도 알아야겠지."
그래, 까짓것 해보자. 이 멋진 하늘을 날 수만 있다면, 매뉴얼 100페이지쯤은 더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유튜브 댓글창]
🌅 Sunset_Rider: 와... 그래픽 실화냐? DCS가 원래 이렇게 예뻤음? 맨날 미사일 피하느라 땅만 봐서 몰랐네...
🎨 Bob_Ross: 카야 님 스모크로 그림 그리는 거 예술이네요. "참 쉽죠?"
✈️ Wingman: 오늘 영상은 힐링 그 자체 ㅠㅠ 전투기 훈련 영상 보러 왔다가 감성 충전하고 갑니다.
☕ Coffee_Break: 진짜 비행 뽕 차오른다... 나도 오늘 퇴근하고 힐링 비행 해야지.